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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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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게시글
2000.05.18. /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20주년 기념식 연설(영원히 타오를 민주화의 불꽃) / 김대중 대통령
  조회 : 467

연설일자: 2000.05.18.
대통령: 김대중
연설장소: 국내
유형: 기념사
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3권 / 대통령비서실

 


 

영원히 타오를 민주화의 불꽃


2000.05.18.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

 

5.18 유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저는 오늘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감회 속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년전 오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불사른 민주영령 앞에 이제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서 있습니다.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저미는 충장로와 금남로, 그리고 전라남도 도청에서 빛도 없이 쓰러져간 수많은 민주주의의 영웅들을 생각할 때마다 저는 한없는 슬픔과 감동,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갖게 됩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제가 광주의 비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5.18 항쟁이 일어난 지 40여일이 지나서 였습니다.

 

5.18 하루 전 군사정권에 연행되어 40여일 동안 모진 박해를 받던 중 당시 군부의 실력자 한사람이 전해준 묵은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광주에서 있었던 천인공노할 참상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으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후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저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러한 제 처지보다 가신 임들과 그 유가족이나 광주시민들을 위해서 지금 당장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괴롭게 했습니다.

 

저는 그 때 결심했습니다. 가신 임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의 뒤를 따라 정의롭게 죽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만이 민주영령과 국민, 그리고 역사 앞에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들에게 협력하기만 하면 대통령을 빼놓고는 어떠한 직책이라도 주겠다는 군부의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사형선고의 확정판결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후 20년이 지났습니다. 가신 임들의 고귀한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임들이 스스로의 몸으로 불살랐던 민주화의 불꽃은 그 후 암흑같은 독재의 치하에서도 꺼지지 않고 불타올랐습니다. 줄기찬 민주화의 불길은 87년 6월 전국적인 시민항쟁으로 번져나갔고, 마침내 97년 12월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는 민주주의의 커다란 성취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위대한 광주의 정신이 살아서 승리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폭도로 몰렸던 그날의 광주시민은 이제 민주주의의 위대한 수호자로서 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무도한 총칼 아래 짓밟혔던 광주는 이제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역사 속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오늘 5.18 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아 저는 이 나라 민주제단에 몸을 던져 산화하신 임들의 고귀한 영전에 다시한번 뜨거운 추모를 올리면서 삼가 명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또한 오늘 이 순간까지 그날의 상처로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에게도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광주시민 여러분에게 다시한번 큰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바입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

 

5.18의 광주는 우리에게 위대한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날의 광주는 세계의 모든 시민에게 자유와 평화,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드높은 표상이 되고 있습니다.

 

5.18에서 우리가 보았던 첫 번째 정신은 인권정신이었습니다. 불의한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서 광주는 인간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고자 싸웠습니다. 인권이 침해되고 고귀한 생명이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광주시민은 하나로 일어나 분노하고 저항했습니다. 자유와 민주, 그리고 인권을 수호하려는 거룩한 뜻이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비폭력의 정신이었습니다. 광주시민은 맨손으로 잔혹한 총칼에 맞섰습니다. 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온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했던 것입니다. 무기를 손에 넣고도 결코 이를 사용해서 누구에게도 살상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비폭력의 정신이었던 것입니다.

 

셋째는 성숙한 시민정신이었습니다. 공권력의 공백 속에서도 광주에는 단 한건의 약탈이나 방화도 없었습니다. 그 어떤 혼란이나 무질서도 없었습니다. 시민 모두가 동지애와 높은 질서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보살피고 치안을 지켰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입니다.

 

넷째는 평화의 정신이었습니다. 시민자치가 이루어진 열흘동안 어떠한 보복도 없었으며, 광주시민들은 진압군 측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항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이러한 광주의 위대한 정신은 우리만의 자랑이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믿고 숭상하는 전 세계인의 자랑인 것입니다. 광주시민의 행동이야말로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도 얼마나 위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인간승리의 대서사시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5.18 광주항쟁이 구현한 고귀한 뜻과 정신이 영원히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합니다.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로서 뜨겁게 불타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가 더욱 확고히 지켜지고 발전돼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힘겨운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5.18의 광주가 그러한 의로운 투쟁에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힘찬 격려의 함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광주시민과 5.18 기념행사위원회가 다양한 국제적 교류를 통해 5.18의 역사적 의의와 공헌을 재조명하고, 전 세계 민주시민과의 연대와 협력을 다지고 있는 것을 매우 뜻깊고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정부는 5.18 항쟁의 고귀한 정신과 값진 헌신이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되고 크게 선양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겠습니다. 그에 따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상을 받았거나 앞으로 받게될 모든 5.18 희생자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예우하고, 5.18 묘역을 국립묘지로 승격시킬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각종 기념사업을 실시하여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 5.18의 숭고한 정신을 길이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광주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내빈 여러분!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가 그날의 광주에 빚지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제는 우리가 살아남은 사람들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광주항쟁의 정신을 받들어 인권을 더욱 신장시키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는 여성과 노동자의 권익을 크게 향상시키는 등 인권 신장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집회, 시위, 파업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인권위원회를 설치하여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인권 선진국가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정에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살기좋은 나라를 염원하던 5.18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적 번영과 21세기를 향한 도약을 이룩해야 합니다. 경제개혁을 철저하게 추진해서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앞서갈 수 있는 정보강국을 건설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생산적 복지를 강화해서 모든 국민이 공동체적 연대 속에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정의롭고 복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화해와 대화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신 임들의 고귀한 뜻을 받드는 길입니다. 5.18 광주정신을 완성하는 길인 것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이 되는 오늘을 기해서 이제 지역간, 계층간의 모든 분열과 대립을 종식시켜야 하겠습니다. 특히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사슬을 단호히 끊고 화합과 협력의 새 시대로 힘차게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나아가서 우리는 남북이 평화의 토대 위에서 서로 협력하고 공존공영하는 민족의 대화합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제 불과 20여일 후면 분단 55년만에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됩니다. 불신과 적대로 점철됐던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역사의 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민족사의 물줄기를 신뢰와 화합으로 돌려놓는 커다란 분수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민족의 장래를 크게 열어가는 이 일에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5.18 민주영령들의 값진 희생에 보답하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상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저는 확신해 마지 않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5.18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의 앞길을 밝히는 불멸의 횃불이 될 것입니다. 또한 민족을 번영과 통일로 이끄는 선도자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이 뜻깊은 기념식이 우리 모두에게 엄숙한 결의와 다짐의 장이 되도록 합시다.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의 도약, 그리고 국민과 민족의 대화합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합시다. 저는 그 대열의 선두에서 여러분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5.18 민주영령들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광주시민에게 영광과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문보기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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