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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5번 게시글
내 사랑은 아직 부족한 것일까 / 정여울(작가)
글쓴이 : 5·18기념재단    작성일 : 2022-07-28     조회 : 62

 

 

내 사랑은 아직 부족한 것일까 

- 정혜신, 진은영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창비

 

정여울 작가

 

 

“작가님, 저는 엄마의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엄마만 만나면 자꾸 싸우게 됩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너무 미워요.” “선생님, 어떻게 하면 자꾸만 제 발목을 잡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꾸 저를 오해해요. 이해받으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오해가 더 쌓여가는 느낌이에요.” “세상에 완전히 저 혼자만 남은 것만 같아요. 이 끔찍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이렇게 가슴 아픈 질문과 고백들로 시작되는 독자의 편지들에 답장을 해주면서 나는 여러 번 심리학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에게 더 나은 대답을 해드리기 위해서라도 나에게는 심리공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에게 고민상담을 부탁하는 지인들이나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최선의 대답을 드리려 하지만, 여전히 내가 부족함을 느낀다. 심리학 전문가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기에 내 대답은 늘 ‘나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365』처럼 심리 관련 책을 네 권이나 썼던 이유는 ‘마음을 돌보는 행위’는 반드시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책이 바로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였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정여울의 심리테라피) / 정여울, 김영사, 2019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오디오북, 5시간 47분) / 정여울 낭독

+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정여울의 심리 치유 에세이) / 정여울, 민음사, 2017

+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정여울, 은행나무, 2020

+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365 / 정여울, 위즈덤하우스, 2021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하여』 / 정혜신,진은영, 창비, 2015



 

 

정혜신 박사는 이 책에서 ‘치료’와 ‘치유’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 치료는 의사나 상담사처럼 전문가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치유는 진심과 성의를 지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치료와 치유의 차이를 알게 되자 내게는 새로운 용기가 샘솟았다. 심리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내가 그동안 홀로 공부해 온 심리학과 문학이 내 개인적 체험과 삼박자를 이루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행복한 예감이었다. 나는 단지 글만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나를 구하기 위해 공부했던 심리학은 나에게 마치 물에 빠진 사람에게 던져진 마지막 구명보트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심리학은 나의 전공인 문학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문학과 심리학이 내 안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나를 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치료는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치유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명제는 내게 ‘나도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치료는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비용과 장소의 제약이 크다. 사람들은 병원에 가야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우울증약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치유는 돈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으며 심지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치유를 받을 수 있다. 아무런 의도를 가지지 않은 천진무구한 아이들에게서 우리 어른들이 받는 마법 같은 치유의 순간들을 생각해 보자. 나는 어린 조카 세 명이 무럭무럭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힘들 때마다 커다란 위로를 받았다. 귀여운 조카들은 나를 위로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그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거나 문제를 일으킬 때조차도,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 세바시 555회 그림자를 돌보는 삶 | 정여울 작가

 

 

반려동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또 어떤가. 그들이 재롱을 피우거나 장난을 치는 것은 우리를 치유하기 위한 의도적인 몸짓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통해 때로는 인간보다도 더 깊고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치유는 그런 것이다. 약을 먹지 않아도, 의사를 찾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가능성, 그것이 바로 치유가 아닐까. 나는 심리학과 문학, 그리고 내 삶의 하모니를 통해 그런 치유의 글쓰기를 해내고 싶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사회적 치유’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우리 사회는 단지 개인적 치유가 아니라 사회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네 상처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강요한다면, 각자도생의 시대라며 개인의 상처는 개인에게 온전히 맡겨버린다면, 우리가 ‘함께 겪은’ 그 모든 역사적 상처, 집단적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다. ‘1980년, 광주’의 아픔이야말로 바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적 상처이며 사회적 치유가 필요한 트라우마다. 사회적 치유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상처의 망각을 향한 저항, 즉 제대로 기억하는 일이다. ‘상처는 잊고, 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며 다그치는 사회에 맞서,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떠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쳐 부르며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 2021년 416합창단 노래극_노래를불러서네가온다면_1장_노래하는 별창고 / 416합창단

 

 

- 2021년 416합창단 노래극_노래를불러서네가온다면_2장_노래하는 먹방집단 / 416합창단

 

 

세월호 기억교실, 망월묘지공원, 제주 4·3평화공원처럼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를 끝내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공간은 사회적 치유를 위한 첫걸음이다. 상처를 치유하고자 모인 진심어린 몸짓들이 모여 일구어낸 모든 기억의 장소는 사회적 치유를 향한 첫걸음이다. 

 

세월호 합창단의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은 바로 제대로 기억하는 일의 아름다운 열매 맺음을 보여준다. 합창단 가족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잃어버린 가족들 당사자 뿐 아니라 여전히 수많은 상처로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노래로 우리의 마음을 쓰다듬어준다. 상처는 결코 망각과 외면을 통해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는 기억하고,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꼭 잡은 손을 결코 놓지 않는 끈덕진 사랑을 통해서만 치유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노래하고, 글을 쓰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서로의 손을 꼭 붙들어준다. 그렇게 우리는 ‘네 상처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뇌까리는 차가운 세상에 맞서 ‘함께 함으로써 끝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이 되어간다. 그들이 세상을 떠났어도 그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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