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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습니다” 故 파울 슈나이스 목사님을 추모하며
글쓴이 : 5·18기념재단    작성일 : 2022-07-26     조회 : 772

파울 슈나이스(Paul Schneiss) 목사 ⓒ광주MBC 이정현, 2019 

 

 

[당신을 기억합니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습니다” 故 파울 슈나이스 목사님을 추모하며

 

 

김철원(광주MBC 기자) 

 

 

대부분의 광주시민처럼 처음엔 그가 어떤 인물인지 나도 잘 몰랐다. 5·18 4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이름도 남김없이> 취재차 독일을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주된 취재의 목적은 파울 슈나이스 목사가 아니라 40년 동안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재유럽 오월민중제>를 치러오고 있다는 유럽 동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광주사람이라면 이 분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찬호 팀장의 강력한 추천에 따라 취재 일정에 추가해놨을 뿐이었다. 베를린에서 진행된 <재유럽 오월민중제> 취재 때 송두율 교수를 인터뷰하고 2018년에 개봉돼 화제를 모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인 故 힌츠 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를 만나 취재를 마친 나는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9년 5월 23일 파울 슈나이스 목사님이 살고 있는 독일 하이델베르그 자택을 찾았다. 

 

 


[광주MBC 5.18 4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이름도 남김없이(Without leaving a name) 1부 "우리가 광주였다"

 

 

 
2021 제11회 5·18언론상 공로상 / 독일 파울 슈나이스(Paul Schneise) 목사 / 5·18 진상규명과 국제연대에 기여

 

 

카메라 전원을 켜고 슈나이스 목사님 인터뷰를 시작하자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1970년대부터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민주화 인사들의 재판을 참관하고 이 정보를 빼내서 일본과 독일 등 전 세계에 알려왔다는 사실. 그 때문에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입국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 5·18 직후 힌츠 페터기자에게 제보해 광주로 취재를 가게 했다는 잘 알려진 사실 외에도 힌츠 페터 기자로부터 받은 광주비디오 테이프를 전파하고,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그의 말 하나하나를 들으면 들을수록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시국인사들의 재판은 주로 금요일에 있었는데 재판 참석을 위해 금요일에 한국에 입국해서는 월요일에 일본으로 돌아가는 금귀월래를 1970년대부터 해오고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이를 알고 그를 감시하고 뒷조사를 했지만 슈나이스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국어에 익숙치 않아 재판에서 오고 가는 말을 한마디도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독재정권과 싸우다 잡혀 재판받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검사와 판사, 중정요원들에게는 전 세계가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는 이유였다. 

 

이런 활동 때문에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입국을 금지당해 도쿄에 머물고 있던 슈나이스 목사는 한국이 아닌 도쿄에서 광주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1980년 5월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일본인 부인 기요코 여사로부터 군인들이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전화 한통을 받은 것이다. 그 길로 독일 공영방송인 ARD의 도쿄지국으로 가서 취재진을 꾸려 광주로 취재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힌츠 페터 기자가 광주로 취재를 가게 만든 결정적 제보자였던 셈이다. 

 

뿐만이 아니었다. 언론통제로 광주의 진실이 왜곡되고 막혀 있던 1980년대 광주 소식을 취재해 독일과 일본의 지식인들을 통해 전 세계에 전달했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의 비밀 필자인 T.K.生 지명관 한림대 교수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도 그였고, 일본인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의 <광주피에타> 등의 판화를 외부에 전달한 것도 슈나이스 목사였다.  

 

 

- 오월민중제 30주년 기념행사 참가한 파울 슈나이스 목사

 

 

 


[내인생의 오일팔] 12편 지명관편 (long ver.) - 광주MBC 5.18 40주년 특별 연중기획

 

 


(영문판) 내인생의 오일팔12 - 지명관의 오일팔 The May 18th Democratic Uprising and Me 12:

 

 

- 2019년 독일 현지인터뷰 / 김찬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팀장(좌), 광주MBC 김철원 기자(우) 

 

 

취재진이 방문하던 당시에도 슈나이스 목사는 <한겨레> 영문판을 통해 한국뉴스를 매일 보고 있었다. 제주 강정마을 논란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슈나이스 목사는 한국의 그 어떤 이들보다 사안의 맥락과 논란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80세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어쩌면 그 어떤 기자보다도 훨씬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전파하는 일에 왜 그렇게 정성을 쏟는지 물었다. 신문을 비롯한 언론은 부자들의 돈되는 정보만 알려주기 때문에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같은 사람이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웃어보였다. 

 

취재진이 자택을 찾았을 때 환한 얼굴로 반겨주던 슈나이스 목사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가 그토록 애틋하게 생각했던 광주사람들 중에서 그를 만나러 와서 이야기를 들었던 광주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게다가 그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지키려고 애썼던 광주의 진실을 지키려고 노력했음에도 그 사실을 알고 그의 존재를 알고 취재를 하러 온 지역언론 역시 하나도 없었다. 

 

오월어머니집에서 2011년에 목사님께 드린 작은 상패를 취재진에게 자랑스레 보여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작은 성취 혹은 성과를 거둔 이들이 이를 알리지 못해 안달이고 인정받지 못해 화를 내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광주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 것이 서운하지 않으시냐고 그에게 물었다.

 

 

“광주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하지 않으세요 목사님?”

 

“전혀요. 한국의 있는 나의 친구들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그들이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했죠.”

 

 

그러면서 2019년 한창이었던 전두환 재판과 관련해 이런 말을 덧붙였다.

 

“아직까지도 나치 시절의 전범 재판이 열립니다. 당시에 잘못을 저지른 많은 이들이 이제는 죽어버려 사과를 할 수도 없고 용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분적인 정의에 머물 수밖에 없죠. 광주와 독일의 젊은이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정의 없이는 평화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생각이 일상이 돼야 합니다.” 

 

 

 

 

- 부란덴 부르크 위안부 기림절 행사

 

- 파울 슈나이스 목사 / 장례식(2022)

 

 

[보도자료] 2021 제11회 5·18언론상 수상작 선정, 공로상 ‘파울 슈나이스’ 목사 (2021-08-12)

파울 슈나이스(Paul Schneiss) 목사님 영면을 추모하며(2022-02)

 

 


+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http://www.hinzpeterawards.com/

 

 

 


MBC May 18 Democratic Uprising 40th Anniversary Documentary "Without Leaving A Name Behind" Part1

 


[광주MBC 5.18 40주년 특집멘터리] 이름도 남김없이(Without leaving a name) 2부 "그후로도 오랫동안"

 


MBC May18 Democratic Uprising 40th Anniversary Documentary "Without Leaving A Name Behind" Part2

 

 

 

 

 

 

 

 

 

※ 5·18기념재단 소식지 <주먹밥> 60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자세히 보기 클릭)

 

5·18기념재단이 맛나게 지은 <주먹밥> 60호 / 정지효(편집장)

"5·18민주화운동, 세계 민주주의 열정과 만나야 할 때" / 심용환(역사학자)

- “박해 받는 난민,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 필요” / 신시아 마웅(Cynthia Maung, 2022 광주인권상 수상자)

-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습니다” 故 파울 슈나이스 목사님을 추모하며

- 옛 적십자병원을 오월투어의 거점센터로 만들자 / 페드로(보야져스&페드로하우스 대표)

- 나랑 갈래? 오월광주 투어 / 정지효(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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